240626

더운 날의 기억들

그곳은 어느 와이너리가 내려다 보이는 오솔길이었다. 날은 찌는 듯이 더웠고, 에어컨을 최대로 틀어놨지만 그럼에도 창문을 뚫고 들어오는 태양빛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그날 오후는 뭘 했었더라? 잘 기억나지 않지만, 우린 급하게 빌린 차에 타고 있었고, 정처없이 헤매는 중이었다. 늘 가던 길 말고 다른 길로, 그게 우리의 행선지였다. 차는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다. 마감이 좋은 차는 아니었지만, 쿠션은 편안했고, 시트도 가죽은 아니었지만 패브릭 상태도 꽤 깨끗했다. 패브릭 시트에서 나는 특유의 꿉꿉함이 없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어느 지점 즈음에 우리는 차를 세웠다. 차를 세우라고 만든 길이 아니었다. 차는 숲속 어딘가에 버려진 것처럼 앞에도, 옆에도 길이 없는 그런 애매한 지점에 멈춰섰다. 그리고 우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우리의 대화는 끝이 없었다. 해도 해도 할 얘기가 끊이지 않았고, 마치 지난 긴 시간동안 대화상대에 굶주린 것처럼 계속해서 이야기했다. 천천히 하나에서 시작해서, 빠르기를 높여가며 둘 셋, 넷. 그날은 작은 디저트도 준비했다. 유난히 단걸 좋아했다. 예쁘고 작고 달짝지근한 것. 나도 그걸 맛보았던 것 같다. 난 단걸 좋아하지 않는데, 그날은 조금 더 다양한 감각이 필요했다.

어느 새 차 안의 열기는 더는 견딜 수 없을 만큼 무거워졌다. 나무들이 강렬한 열기를 감춰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차안에서 차곡차곡 쌓이는 열기까지 나뭇잎이 가려줄순 없는 것이었다. 도저히 참을 수 없던 나는 문을 활짝 열어 재끼고 깊은 숨을 토해내 듯이 내뱉었다. 그리고 나서 크게 한숨 들이 마셨다.

순간, 숲속의 모든 공기가 나에게 밀려드는 것 같았다. 오로지 흰색과 검정으로만 만들어진 내게 다양한 초록의 빛깔이 입혀지는 듯이. 그 빛들을, 깊은 숲 내음을 나는 잊을 수가 없다. 그리고 입술에 살짝 남은 달큰한 향기.

까슬한 벨벳소재의 소파에 앉아 거의 정신을 잃을 것 같은 더위를 피하고 있다. 선풍기는 뜨거운 공기만 이리저리 흩트릴 뿐이다. 햇빛은 피했지만, 그 열기마저 피할순 없는 노릇이었다. 이마에는 촉촉하게 땀이 베이고 머리카락이 어깨에 엉겨 붙어있다. 달큰한 땀냄새가, 여름냄새가 느껴진다. 순간, 나는 다시 그곳으로 들어가고 만다. 내가 ‘모든 초록’이 되었던 순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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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