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826

곧 생일이 다가온다.

언제나처럼 몹시 떨리는 채로 8월을 맞이한다. 어느날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내가 세상 밖으로 나가기 위해 온갖 힘을 끌어다 쓰던 태어날 적의 에너지를 기억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 때 끌어다 쓴 힘이 몸 어딘가에 남아, 해마다 이맘때면 다시 발동하는 것은 아닐까.

몇 해 전 두 명의 친한 친구가 나에게 물었다. 나는 누구냐고. 멈춰있는 나를 지적하면서 원래의 모습을 되찾으라고 말했다. 그 질문을 받은지 이제 4년정도가 지났는데, 이번엔 좀 더 친한 친구가 나에게 말한다. 가만있지 말고 무언가를 이뤄내라고. 호흡이 긴 이 흐름 속에서 끊임없이 내가 멈추지 않도록 자극하는 그 무언가는 어쩌면 나의 생동하는 파장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 공간이 오픈 되어있긴 하지만, 이 글들은 읽을 사람들을 염두에 두고 쓰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 보면 이 자의식 과잉의 공간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짧게 설명하자면, 일부는 연구자료이고, 일부는 내 호기심이다. 그리고 내가 언젠가 쓰고 싶었던 작은 소설과(the rabbit_가명) 자잘한 나의 이야기들 정도이다. 한가지 확실한 건, 나에게 글을 남기는 것의 재미는 자유에 있다는 것이다. 머릿속에 있는 다양한 억압들로부터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가는 재미랄까.

나에게 이 기록들은 매우 중요하다. 지속성을 가진 모든 것들로부터 단절되어 본 적이 있는가? 나는 그런 순간이 가까운 과거에 있었다. 내 눈으로 바라보는 모든 것들의 색을 잃어버렸고, 모든 소리들의 가치를 모두 잃어버렸었다. 암흑과 침묵속에서, 나에게 친근한 모든 것들로부터 떠난 채 정말 공허한 하루하루를 보냈다. 해야 할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는 무중력 상태에서 나는 지금 얼만큼 나아 온 걸까. 솔직히 그건 잘 모르겠다. 다만 오랜만에 처음으로 하고 싶다고 생각한 것이 연구였다는게.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좀 황당한 부분이다.(억울) 어쨌든 어둠 속에서 가닥 가닥 모으고 있는 것들이 바로 이 공간에 있는 것들이다. 동시에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할지 생각하고 있다. 나는 몇 년째 이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냥 내가 마음먹지 않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엄두가 나질 않는다, 어떤 결심을 한다는 것이.

아, 난 도상을 참 좋아하는데, 최근 떠오른 도상은 ‘나비’와 ‘릴리스’이다. 나비는 Psyche(Ψυχή)와 연결되는 도상으로, 영혼과 변형을 의미한다. 혹은 바니타스 도상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시작점은 잘츠부르크의 작은 보석상에서 시작한다. 우연히, 1930년대의 Cartier Paris의 작은 나비 브로치 하나를 발견했다. 100여년이 되어가는데도 두 날개가 잘 움직이고, Olivier Bachet이 직접 사인했다. 이 브로치를 사려고 잘츠부르크를 세번이나 방문했는데, 결국 사지 못했다. 이 브로치가 내 힘들었던 과거의 사슬을 끊어줄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릴리스는 조금 더 복잡한데, 여기에서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는 어느 책구절을 옮겨 보도록 한다. 이 책은 내가 태어나던 1987년에 처음 출간됐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주인공인 나오코는 8월 26일, 그러니까 내가 태어난 날 죽고만다. 하루키의 책에서, 영원히.

나는 나오코를 과거에도 사랑했고 지금도 사랑합니다. 그러나 나와 미도리 사이에 존재하는 것은 결정적인 것입니다. 나는 그 힘에서 저항할 수 없는 무언가를 느꼈고, 이대로 그냥 앞으로 휩쓸려 가 버릴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내가 나오코에 대해 느끼는 것은 무서우리만치 조용하고 상냥하며 맑은 애정이지만, 미도리에게 느끼는 내 감정은 전혀 다른 것입니다. 땅을 밟고 서서 걷고 숨 쉬고 고동치는 무엇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나를 뒤흔듭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라 무척 혼란스럽습니다. 변명하려는 건 절대 아니지만 나는 나름대로 성실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하며, 누구에게도 거짓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왜 이런 미궁 속에 빠져 헤매야 하는지, 난 도저히 알 수 없습니다. 도대체 난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무라카미 하루키, 노르웨이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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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