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826

[요즘은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에서 조금 다른 방향으로 나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 그동안은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늘려왔다면, 이제는 그것만으로는 안 될 것 같기도 하고. 아직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어.]

[뭐가 되고 싶어, 뭘 원해?]

[내가 뭘 할 수 있을까-와 내가 뭘 원해-는 다르잖아]

[아니, 너의 모든 능력치에 대한 계산을 다 내려놓고, 뭘 원해? 뭘 할수 있는지에 대해 묻는게 아니야]

[그런데 아직 내가 뭘 원하는지 그림이 그려지거나 말로 설명되지는 않는 것 같아. 지금이 어쩌면 그걸 찾아가는 시간인지도 모르겠고. 그동안은 내가 할 수 있는 범위를 넓히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좀 다른 종류로 나가고 싶어. 아마 너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그냥 막연하게 다음 단계만 보고 있었겠지.]

[난 어디까지 네 인생에 개입하게 될까, 어떤 에너지를 주어야할까, 여러모로 생각해 봐. 동시에, 그러다가 내가 타서 없어져버리지 않을까 생각해. 막연하게. 처음 널 봤을땐 너가 날 태울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는데 말야. 하하 만약 그렇다면, 그 시기가 언제쯤일까. 뭐여야 할까.. 생각해 보는데, 내가 아직 결정하지 않았어. 시간이 조금 더 지나고 아니면 더 한참 지나고 나면 이 선문답같은 말들이 이해가 되는 날이 올거야. 다가올 미래는 아직 모르니까 더 자세히 말할수는 없어. 그러니 딱 그 선까지만 얘기할게]

[너는 네가 태워지는게 두려운 거야? 혹은 피하고 싶은 그런거야?]

[두렵진 않아. 피할수도 없을거고.]

[왜 이걸 묻냐면, 네가 그랬잖아, 인생에 네가 남기고 갈것들에 대해. 내가 언젠가 어떤 두려움을 넘어설 수 있었던 건, 내가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건네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이전엔 그런 생은 한 번도 생각해본 적도 없었는데, 너무 생각치 못한 방향으로 감격스러운거야. 그래서 태워서 없어지는게 아니라, 타다 보면 나도 없어질 수 있을 것이고, 그걸로 세상에 따뜻한 온기가 남으면, 충분히 좋은 인생의 끝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문득 했어.

너가 불 내가 나무라면. 빛과 열을 내며 유한한 시간을 타오르다가 끝이 나겠지. 그 유한한 시간의 프레임이 누군가에게는 한 달 일 년일수도 있고 또 누군가에겐 일생이지도 않을까. 어쩌면 이미 변화는 시작 되었을지 모르고. 만약 그렇다면 그걸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것일까? 속도 조차도.]

[너의 라이프는 너의 것이야. 나는 그냥 마치 너가 지나쳤을 어떤 나무 한 그루처럼 너의 삶속에 지나가는 거야. 나와의 관계를 너무 염두에 두지마]

[그래.. 근데 그게 쉽게 되지는 않을것 같아. 적어도 나한텐. 너무나 아름다운 나무를 보면 그 전과는 결코 내가 같을수가 없거든.  만약 정말 그런 나무가 있다면 그 나무 옆에 땅을 샀겠지 아마. 그리고 집을 짓고 그 나무를 매일 볼것 같아.]

[하지만 그럴수 없어. 그럴수 없는것도 삶에는 존재해]

[그래? 그래서 아름다운건 슬프고 그래서 더 아름답다고 하는건가? ]

[응 맞아. 그러니 난 소멸할 수도 있는 열정을 너한테 보낸거야. 그냥 텅빈 공간으로 던진거지]

[너무한 거 아니야?그 빈 공간을 채우는건 아무것도 없어?]

[근데 또 내가 그 정도의 에너지는 있어. 그 공이 돌아오지 않아도 괘념치 않을 만큼..]

[아니면 빛이라도 한줄기 들어와?]

[아니, 그런거 없어. 그냥 아무 계획없이, 욕심없이 던지는 거야, 순수한 마음으로. 그래서 어떤 답이 돌아와도 괜찮아. 하지만 내가 개입했으니까 나도 궁금해하겠지, 앞으로도 계속.  내가 에너지를 썼으니 네게 있는 그것, 내 것이기도 하거든]



Previous
Previous

220826

Next
Next

the rabbit 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