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1026

고된 하루가, 혹은 설레던 하루가 막을 내리고 있다. 뜨거운 열기를 머금은 해가 서서히 빛을 잃어가는 가운데, 긴 띠 모양의 주황빛 노을이 지평선 어딘가에 아직 걸려 있다.

햇빛 아래 오랫동안 주차되어 있던 차 안에는 여전히 하루의 열기가 가득하다. (어서 에어컨을 틀어야 해.) 더운 공기를 가르고 시원한 바람이 얼굴에 닿는다. 셔츠 아래로 느껴지는 뜨뜻한 온기가 식으려면 아직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

브레이크를 풀고 운전대를 잡는다. 집에 가려면 곧게 뻗은 긴 도로를 타야 한다. 깜빡이를 켜고 길을 돌아 집으로 향하는 행렬에 진입한다. 하이웨이 위로 푸른빛이 깔린다. 도로 위의 차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무슨 색인지, 차종이 무엇인지 전혀 알 수 없다. 그저 검은 그림자들로 거기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정도다. 앞선 차들이 속도를 줄일 때마다 후미등의 빨간 불빛들이 쪼르르 줄지어 빛난다.

라디오를 켜볼까. 외국에 살면서 외국어가 귀에, 입에 익숙해진다지만 그럼에도 한국 DJ가 진행하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모국어만큼은 아닐 것이다. 고요한 차 안에서 진행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보면 그 말들이 마치 나에게 말을 거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처음 이 동네에 왔을 땐 방해받지 않는 이 도로가, 집에 돌아가는 길에 눈앞에 펼쳐진 뻥 뚫린 하늘이 너무 좋았다. 자유로움. 끝없이 자유로운 들판과 하늘, 망망대해처럼 끝없이 펼쳐진 풍경. 집으로 곧장 가지 않고 길을 조금만 틀면 십여 분을 더 달려 바다나 산으로 갈 수도 있었다. 한 시간을 운전해도 힘들지 않을 만큼 도로에는 피로함이 없었다.

하지만 어느 날에는, 이렇게 해가 금방 떨어져 곧 어두워지는 계절이 되어가면서, 또 지는 해에서 열기가 점점 사라져가는 걸 느끼면서, 텅 빈 하늘에서 공허함이, 외로움이 짙어졌다.

이제 짙푸른 하늘에 검정이 한 방울 더 떨어진 것 같다. 집에 돌아가는 길. 땅거미가 지는 그 푸른 하이웨이에서 나는 무슨 결심을 했을까. 종종 별이 보이기도 했었고, 예쁜 초승달을 보기도 했었고, 돌아가는 길이 아쉽기도 했었고, 너무 좌절하기도 했었고. 그 길바닥 위에 어떤 추억을 나는 펼쳐두고 온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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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