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lsating Bass
박동하는 저음: 화성적 반주에서 타악기적 소리 오브제로
Maurice Ravel의 Valses nobles et sentimentales, Igor Stravinsky의 Le Sacre du printemps, Ottorino Respighi의 Pini di Roma, André Jolivet의 Mana 중 La Princesse de Bali, Pierre Boulez의 Douze Notations 중 Notation 2에서는 모두 낮은 음역의 반복적인 박동이 두드러진다. 그러나 이 박동은 모든 작품에서 같은 기능을 하는 것이 아니다. 처음에는 음악의 진행을 지탱하는 반주이지만, 점차 화성적 의미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타격과 음향 덩어리로 변한다.
Maurice Ravel의 Valses nobles et sentimentales에서 왼손의 반복은 왈츠의 신체적 운동을 유지한다. 낮은 음의 규칙적인 박동 위에서 오른손의 화음과 선율이 미묘하게 변하기 때문에, 음악은 계속 앞으로 나아가면서도 어딘가 불안정하게 흔들린다. 이 박동은 단순한 반주가 아니라 화음의 색채를 순간마다 새롭게 보이게 만드는 바탕이다. 여기서는 박동이 리듬과 화성의 뿌리를 동시에 담당한다.
Igor Stravinsky의 Le Sacre du printemps, 특히 제1부 Les Augures printaniers — Danses des adolescentes에서는 이 관계가 전면으로 나온다. 반복되는 화음은 무엇인가를 받쳐주는 반주가 아니라 음악의 중심 사건이 된다. 짧은 박동은 계속되지만 강세가 예측하기 어려운 위치에 놓이기 때문에, 청자는 맥박을 몸으로 느끼면서도 첫 박의 위치를 안정적으로 붙잡지 못한다. 같은 불협화음 덩어리가 반복될수록 그것은 화음이라기보다 물리적인 타격으로 들린다. Maurice Ravel에게서는 음악이 저음 박동 위에서 진행된다면, Igor Stravinsky에게서는 그 박동 자체가 음악의 전면으로 나온다.
Ottorino Respighi의 Pini di Roma에서는 비슷한 박동이 피아노의 왼손을 넘어 저음악기와 타악기가 만드는 관현악적 지층으로 확대된다. 반복 패턴은 장면을 앞으로 밀고, 다른 악기층이 그 위에 쌓이면서 공간과 집단의 움직임을 형성한다. Igor Stravinsky처럼 박자의 중심을 계속 교란하기보다는 행렬이나 도시의 장면을 축적하는 추진력에 가깝다. 화성적 토대의 성격이 일부 남아 있지만 음색과 음량이 커질수록 저음은 하나의 물리적 질량처럼 느껴진다.
André Jolivet의 Mana 중 La Princesse de Bali에서는 저음 박동이 화성적 베이스에서 더 멀어진다. 낮은 클러스터는 정확히 어떤 화음인가를 알려주기보다, 여러 음이 뭉친 낮고 둔탁한 충격으로 들린다. 이 소리는 음고보다 리듬으로서의 가치가 더 크며 주술적 의식을 환기하는 북소리처럼 기능한다.
이 지점에서 Igor Stravinsky의 영향은 분명히 들린다. 의례, 강박적인 반복, 타악기적인 화음, 신체적인 리듬은 Le Sacre du printemps이 열어놓은 세계와 맞닿아 있다. 그러나 Mana의 직접적인 작곡 배경에서는 Edgard Varèse의 영향이 더 구체적이다. André Jolivet는 Edgard Varèse에게서 음향 덩어리, 타악기, 비기능적 화성, 소리의 물질성을 배웠다. 따라서 La Princesse de Bali에는 두 계보가 겹쳐 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Igor Stravinsky에게서 이어지는 제의와 반복의 감각이 Edgard Varèse의 음향 덩어리와 결합한 것이다.
Pierre Boulez의 Douze Notations 중 Notation 2는 매우 빠른 스타카토, 넓은 글리산도, 강한 클러스터를 12마디 안에 압축한다. 작품 전체는 하나의 12음렬에 기초하지만, André Jolivet를 연상시키는 타악기적 저음 클러스터는 그 음렬과 직접 연결되지 않는다. 이 클러스터는 음렬 구조 외부에서 들어온 objet trouvé, 즉 ‘발견된 오브제’처럼 작동한다.
그렇기 때문에 Notation 2를 들으면 12음 기법보다 Le Sacre du printemps이나 Mana의 신체적인 타격감이 먼저 들릴 수 있다. 음렬은 음고의 질서를 제공하지만 작품을 실제로 밀어붙이는 에너지는 반복, 공격, 글리산도, 클러스터의 물리적인 몸짓에서 나온다.
훗날의 관현악 작품 Notation II는 피아노 원곡을 단순히 편곡한 것이 아니다. 짧은 몸짓 하나를 여러 악기군의 연쇄, 공명, 음색, 새로운 시간 구간으로 확장한 재작곡이다. 피아노 원곡이 압축된 폭발이라면 관현악판은 그 폭발을 느리게 확대해 내부의 파편과 충격파를 보여준다. 두 작품에서 같은 것은 표면적인 소리가 아니라 핵심 음정, 리듬 세포, 글리산도의 방향, 클러스터의 공격성이라는 발생 원리다.
이 흐름을 정리하면 저음 박동의 기능은 다음과 같이 변한다.
Maurice Ravel: 춤과 화성을 지탱하는 반주
Igor Stravinsky: 전면에 나온 반복 화음과 불규칙한 강세
Ottorino Respighi: 관현악적 질량과 행렬을 추진하는 동력
André Jolivet: 주술적인 타격과 비기능적 음향 덩어리
Pierre Boulez: 구조 속에 삽입된 공격적인 소리 오브제
따라서 이 작품들이 비슷하게 들리는 이유는 단순히 왼손에서 같은 리듬을 사용하기 때문이 아니다. 공통점은 낮은 음역의 반복을 화성의 배경에서 신체적인 전경으로 끌어낸다는 데 있다. 저음은 반주에서 맥박으로, 맥박에서 타격으로, 타격에서 독립적인 음향 오브제로 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