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현듯 옷장을 정리하다가, 창문 밖을 바라보다가, 낙엽을 밟으며 걷다가 어떤 슬픈 마음이 종이에 먹물이 번지듯 서서히 스며든다. 덮어놓은 상처에서 핏물이 천 위로 배어 나오듯 감추려 해도 감출 수 없고, 아닌 척하려 해도 그럴 수 없는 감정들이 스며든다.
기억나는 장면들이 몇 개 있다.
창밖에는 레드우드가 가득했다. 초록색 잎으로 가득했던 풍경. 날씨는 몹시 추웠던 것 같다. 내가 가지고 있던 옷들로는 도저히 그 추위를 견딜 수 없었다. 나는 검은색 바지에 하얀색 니트, 그리고 하얀색 가디건을 입고 있었다.
가는 길에 좋아하는 커피숍에 들렀다. 그날따라 커피가 유독 맛있었다. 다시 한번 와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다시 갈 기회는 없었다.
닮아도 너무 닮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