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1026

너무 뜨겁고 너무 서늘하다. 나는 오히려 봄이 좋았다.

아마 4월 즈음이었을까. 나는 하얀색 램스킨 가죽 쟈켓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검은색 티셔츠에 짙은 회색 스키니진을 입었다. 희한하게도 그 봄은 매서운 바람이 불지 않았다. 기억이 나는 장면이 있다. 차를 타고 한 30여분 달려서 초록색 레드우드들이 빼곡이 들어선 언덕으로 갔다. 무슨 음악을 들었냐면, Nick Drake <Day Is Gone>과 A Taste Of Honey <Boogie Oogie Oogie>. 창문을 열고 머리카락이 휘날리는 가운데 귓가에 울리는 이 음악들은 이곳이 아예 내 상상력 밖에 존재하는 곳이라는 걸 계속해서 외치는 듯했다. 잊혀지지도 않아, 해가 따스한 오후였다. 어느 공원이나 그러하듯 조금 걷다보면 나무의자가 나온다. 사선으로 약간 젖혀진 반쯤 누울 수 있을 것 같은 넉넉한 사이즈의 의자. 아마 그 숲에서 언젠가 벼락을 맞아 넘어진 나무로 만들었겠지. 나는 해를 듬뿍 빨아들이고 싶었다. 뜨거운, 나를 녹이는 그것. 원래 햇볕 아래 그렇게 맨 살을 드러내는 것을 싫어하는데 그날은 반바지에 모자도 쓰지 않은 맨 얼굴인 채로 나는 그 의자에 고개를 젖히고 앉았다. 자유로웠다. 언제든 따스함을 그렇게 맨살에, 가깝게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행복했다. 그리고 정말로 그 기억 속엔 세차게 몰아치는 바람이 없다. 오로지 따스함만 남아있을 뿐.

이젠 온도 밖에 기억나질 않아. 온통 뜨거움과 차가운, 그리고 정신없이 몰아치는 바람밖엔. 장작이 타는 난롯가와 차가운 아이스크림. James Blake <Retrograde> 였던가, 아니면 Puma Blue <Want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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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