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726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눈앞에 바로 들어온 것은 버티칼 커튼이었다. 하얀색 플라스틱 버티칼 커튼은 빛을 완전히 가려주지 못했다. 틈사이로 들어온 아침 햇살은 버티칼 뒤로 생기는 검은 그림자와 강한 대비를 이루었다. 햇빛이 얼마나 센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줄무늬처럼 생긴 그림자와 빛의 연속은 마치 커다란 현란한 조명판같았다. 플라스틱 위에 붙어있는 먼지들이 햇살을 받아 공기중으로 퍼지는 것이 보였다. 아마 최소한 몇주는 청소를 하지 않은 것 같았다.
나는 이제 상체를 들어 몸을 일으켰다. 몸만 일으킨 채 가만히 앉았다. 침실 안 공기는 차가웠다. 이불의 촉감이 따스한 온기와 함께 느껴졌다. 캘리포니아의 아침은 차갑고 서늘하다. 여름이든 겨울이든 밤에는 히터를 잘 틀지 않는다. 너무 건조해지기 때문에. 아무런 공터에 내버려진 종이박스 안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창가의 커튼 틈새로 들어오는 저 햇빛은 점차 강렬해져 이 공간을 뜨겁게 달구겠지.
고개를 돌리면 책장이 눈에 들어온다. 내 키만한 책장이다. 비슷한 주제의 다양한 책들과 몇몇 교양서들이 꽂혀있다. 서점 베스트셀러 코너에 온 기분이 든다. 내 관심을 끄는 책이 몇권 있다. 곰브리치의 서양 미술사, 그리고 쇠라의 도록. 나는 쇠라를 눈여겨 봤던 적이 없다. 점묘법이라는 기이한 방법으로 유명해진 것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 책을 꺼내 넘겨 본다. 수많은 점들, 점들이 모여 이룬 덩어리, 노란 색 덩어리에서 파란 색 덩어리로 이행하는 중간의 모호한 색들.. 여전히 나는 쇠라의 모호함을 이해할 수 없다.
문득 서늘한 공기 안에서 낯선, 너무나도 낯선 기분이 든다. 알수 없는 곳에 벌거벗겨진 채로 덩그러니 남겨진 것만 같다. 우주로 빨려 들어가 어떻게 헤어나와야 하는지도 모르는 채로, 그 다음 도달하는 지점이 어디인지 알수도 없는 채로 둥둥 떠있는 기분이 든다. 그런 곳에서 세수를 하고, 샤워를 하고, 밥을 먹고, 그런 사적인 행동을 하는 건 너무나 어색한 일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어색함, 낯섦이 아니었던 것 같다. 그건 두려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