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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떠나기 전에 넌 내게 많은 의미일거야. 난 정말로 지금 시험에 들고 있다고 이번에 가서 알았거든. 난 절대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내려놓을 수 없고 신과 타협할수 없다고.”

우리는 조금 이른 10시반에 만나기로 했다. 새로 생긴 커피샵인데 요새 엄청 핫한 곳이라고 했다. 아마 구글맵에서 찾았겠지. 아직 100개 미만의 리뷰, 별점 4.9이상.

나는 약속시간보다 일찍 도착했다. 커피샵 안은 아직 조용했다. 혹은 바쁜 아침 손님들이 모두 다녀간 모양이었다. 창가에 있는 몬스테라는 관리가 무척 잘 되어 있었는데 아침에 누군가 잎을 닦은 것인지 아침 햇살에 먼지하나 없는 잎파리들이 반짝였다. 나는 어제 저녁 세탁소에서 찾아온 하얀 셔츠와 다이아몬드가 박힌 시계를 차고 있다. 머리는 자연스러운 웨이브로 셋팅을 하고 청바지와 로퍼를 신었다. 그리고 립은 레드립을 골랐다. 내 차림새가 공간과 이질적이라고 느꼈다. 오히려 클래식한 호텔의 로비라운지 커피샵이 더 잘 어울릴 법한 차림새였다.

내부는 무심하게 툭 고른듯한 검은색 바탕에 파란색으로 몇몇 선을 그어둔 인테리어였다. 어느 일본 브랜드의 끊임없는 변주곡 같다. 이번엔 검은색 버전인가. 종업원들은 검은색 티셔츠를 입고 무표정한 얼굴로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테이블 위엔 기계 숫자판이 달린 스케일이 서너개쯤 줄지어 있었는데 테이블 상판은 당연히 알루미늄이었다. 그리고 커피샵의 아이덴티티를 반영하듯 유리 플라스크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내가 커피를 주문하면 저 플라스크들 위로 드립 커피를 내리겠지 라고 생각했다.

아직 아침의 고요함이 몸을 지배하고 있는 가운데 스피커 어딘가에서는 라운지 음악이 흘러나왔다. 머리가 쿵쿵거리는게 대낮에 클럽을 찾은 기이한 느낌이 들었다. 상쾌한 공기에 그렇지 못한 음악이었다. 나는 큰 창문이 있는 소파 자리에 앉았다. 검은색 창틀에 여러개의 유리창으로 이루어져 있는 창문이었다. 소파는 여러명이 앉을 수 있는 사이즈의 갈색 가죽 소파였는데 유일하게 이 커피샵에서 편안한 느낌을 만들어내는 장소였다. 그러나 앉았을 때의 느낌은 산지 몇달 안되는 새 소파 그 자체였다.

가방 안에서 책을 꺼내 들었다. 일찍 왔기 때문에 시간을 때우려는 게 아니라 원래 그럴 생각이었다. 커피 한잔을 시키고(플라스크에 내리는 드립커피가 아니라 에스프레소를 추출해 만드는 라떼를 시켰다) 자리에 앉았다. 종업원이 커피를 가져다 준다고 했다. 흰색 셔츠가 바스락거리며 구겨졌다. 책을 펼쳐들고 저번에 그만둔 부분부터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이 책을 마지막으로 읽은게 너무 오래 되어서 다시 앞에사부터 읽어야 할것 같다. 저번에 읽다만 페이지에는 아예 기억나지 않는 내용과 또 기억이 나지않는 등장인물의 이름이 있었다. 아예 처음 보는 책 같았다. 문득 지난 몇 주동안 내가 내 일들에 얼마나 집중을 하지못했는지 떠올랐다. 책을 읽다가도, 가드닝을 하다라도, 요리를 하다가도 나는 메세지를 주고받았다.

미국으로 돌아오고 나서 한참 지난 뒤, 나는 뜬금없이 너가 올린 쿠키 사진을 보고 답장을 했다. 왜 였을까, 그냥 낯선이에 대한 호기심 같은 거였을까? 굳이 답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었는데.. 그 때의 난 많은 것들을 비워내고 있는 중이었다. 내게 필요한 것들의 부재를 느끼며, 애써 우울증에 걸리지 않으려 노력하며. 그렇게 한참을 수련하듯 지내다 나는 여행을 떠났다가 막 돌아온 참이었다. 널 만나던 때의 나는 아떤 상태였을까? 아직 많은게 불확실한 상태였을까? 아니면 새로운 꿈을 갖고 몸을 웅크린채 그 다음을 기다리고 있었을까? 어쨌든 나는 너에게 나에 대해 꽤 많은 설명을 했다. 마치 알아봐 주길 바라는 듯이.. 그래서 이 만남이 성사된 걸지도 모른다. 나는 이 지역에서 너무 오랫동안 심심했었기 때문에 누군가가 던지는 질문들이 혹은 누군가의 호기심이 어쩌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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