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0926
가을이 다가오고 있다는 걸 알수 있는건 미묘하게 바뀐 아침 온도이다. 특히 캘리포니아에서는 해뜨기 직전 새벽녘에 온도가 뚝 떨어진다. 자기전에 얇은 가디건 하나를 입고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차가워진 새벽공기에도 깨지않기 위해서는.
낮에는 여전히 반바지 차림이지만 양말을 주섬주섬 챙겨 신는다. 해는 쨍하지만 그림자진 곳들, 그리고 마룻바닥에서 올라오는 공기는 서늘하다.
이른 아침 가디건 하나를 걸치고 집을 나섰다. 아마 이른시간이었을 것이다. 6시? 7시? 강아지들과 산책을 나온 사람들이 몇몇 있다. 나는 근처 커피샵에서 따뜻한 라떼를 한잔 샀다. 몇달 내내 푸르기만 했던, 영원히 푸르기만 할 것 같았던 나뭇잎들이 빨갛게 변해가고 있었다. 나는 공원으로 걸어갔다. 아직 잔디는 푸른빛을 띄고 있었다. 아마 곧 녹슨 것처럼 누렇게 변하겠지만 아직은 생기를 가지고 있었다.
어느새 저 건너편 건물 사이에서 해가 들기 시작했다. 초록색 잔디위로 주황색 가느다란 선이 생기고, 새벽이슬이 앉은 잔디가 반짝였다.
나는 거기에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렇게 이른 아침, 피곤함을 무릅쓰고 마음이 갈피를 잡지 못해 서성이며 말설였을까.
지금 나는 무슨 생각일까. 뜨거운 열기 아래 지칠 새도 없이 화려하게 보낸 지난 여름은 나에게 지난 몇년간의 보상이었을까. 아니면 내가 놓치고 있었던 내 원래의 모습을 다시 삶에 투사하고 싶었던 걸까. 그 어떤것도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선택하고 싶지 않았을 뿐, 나의 그리움이 헛된 선택을 하지 않기를 바랐을 뿐.
가을의 붉은 빛들 속에서 정신이 어질하며 밑바닥에 겨우 가라 앉혀둔 조각들이 한순간 위로 훅 올라오는 그런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