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0726

애서튼 도서관은 산 속에 있는 작은 도서관이다. 유리창이 높게 나있는, 하지만 주변의 큰 나무들을 가리지 않는 아담하고 조화로운 사이즈였다. 도서관 앞으로 나있는 나무 데크에 올라서면 주변 나무들이 뿜어내는 송진향이 콧속 깊은 곳에 들어온다. 그리고 곧 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서늘함이 몸을 휘감아 마치 숲속 한 가운데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불현듯 그날을 떠올린다. 그 곳은 숲속에 있는 수도원을 개조해 만든 호텔이었다. 도심에서 떨어져 있어 무척 조용하고, 방문객이 거의 없었다. 장식이라곤 거의 없는 검소한 회랑을 따라 잔디가 이어졌고, 스프링쿨러가 뿜어낸 물방울들이 반짝이며 공기 중으로 흩어졌다. 근처에는 큰 호숫가가 있었는데 하이킹 코스로 유명해 로컬 사람들이 자주 찾는 곳이라고 했다. 나도 다음날 이른 아침 그곳을 찾았다. 하얀색 코트를 입고, 스웨이드 부츠를 신고, 산속 깊은 곳으로, 호숫가를 향해 내려갔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내 복장을 보고 흠칫 놀랐지만, 이내 근사해 보인다며 애써 칭찬해주었다. 날씨가 장갑을 껴야할만큼 추웠지만, 몸 속을 휘몰아치는 뜨거운 피가 그런대로 그 추위를 견디게 했다. 마치 동화 속 어디 한 가운데에 들어와있는 것 같다. 숲속의 작은 요정들이 나를 휘감고, 내가 가진 모든 어려움들이 이제는 없어질거라고 속삭이는 것 같았다. 이름조차 붙일 수 없는 어떤 존재가 나를 보호하고 있는 것 같은 기이한 안도감마저 들었다. 나는 데크에 서서 생각했다. 나는 이걸 피해갈 수 없다고.. 물가에 비춰진 나를 보면서 나에게 얽혀있는, 내가 미처 다 알 수 없는 에너지의 흐름 안에 있는 기분이 들었다. 초록빛 가득한 공간에서, 하늘이 만들어내는 잿빛하늘 아래에서, 그 어느 때보다 맑고 선명한 빛을 보고 있었다.

그로부터 어느 덧 일년이 흘러 나는 다시 이 도서관 앞에 서있다. 시간은 어떤 과정에 있는지에 따라 빠르게도, 더디게 흘러가기도 하는데, 지난 몇 달은 쏜살같이 지나갔다. 많은 에너지를 쓰고,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은 채, 내 눈앞에 산산히 부서지는 아름다운 빛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 다시 찾은 그곳에서 나는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 손질을 하지 않아 축축 늘어진 나뭇가지와 오래동안 빛을 보지 못한 퀘퀘한 나무냄새가 느껴졌다. 굳이 도서관 주변의 데크를 한 바퀴 돌아보았다. 어딘가 그때의 기억이 조금이라도 묻어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슬쩍 들었다. 몰래 도서관을 빠져 나와 낄낄거리며 수다를 떨던 사춘기 학생들도, 운치가 좋은 자리에 앉아 도시락을 먹던 도서관 사서도 오늘은 모두 바쁜 것인지 나와있지 않있다. 생동감을 주던 노란색 의자마저 덩그러니 홀로 남겨져 쓸쓸한 느낌만을 전해줄 뿐이었다.

그곳에는, 정말 이제 아무런 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건 슬픔이나 충격 같은 게 아니라 퍽퍽한 빵덩어리 한 조각에 명치 한켠이 체한 것 같은 불편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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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