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ginning

꺼져가는 노을을 본다. 저 수평선 멀리, 주황빛 안개속에 어슴푸레한 동그란 해가 제 몸을 깎으며 조금씩 꺼져 간다. 삶의 많은 것들은 생명력을 갖고 태어나, 어느 순간 소멸하고 만다. 그건 불변의 진리이며, 어떠한 생명도 피해갈 수 없다. 

몇 해 전부터, 나는 내가 이미 가지고 있었던 혹은 나를 둘러싼 여러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지기 시작 했다. 어떤 색을 좋아하고, 그렇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와 같은 뻔한 질문부터 시작해서 내가 포기할수 없는 것, 내가 왜 음악을 듣는지, 나에게 삶은 무엇인지,와 같은 좀더 심층적이 질문까지 질문의 종류는 다양했다. 왜 그런걸 시작했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딱히 큰 이유는 없다. 시간이 있었고, 또 앞으로 뭘할지 곰곰히 생각해 보고 있었기 때문에 나에 대해 좀더 알고 싶었다. 그 질문들은 답을 내리기 전까지 끊임없이 나를 쫓아다녔다. 그리고 마침내 하나의 질문이 남았을 때, 나는 그 질문으로부터 도망칠 수 없었다. 너무 원초적인 질문이어서 좀 뻔한가? 어쩌면 학창시절 읽었던 유명인사들의 책에서 옮아버린 허영심 같은 거였을까? 확실한건 그 질문은 나만의 것이 아니었다. 모두가 태어난 이상 이 질문을 갖고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먹고 살기에 바빠서, 어쩌면 삶이 너무 행복해서 혹은 너무 불행해서 이 질문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것 같다. 근데 나의 경우는 하필 그 문장 하나는 나를 덮쳐 버렸고, 무시하기 힘든 정도로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 도대체 나는 이 세상에 왜 존재하는가?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늦은 오후였다. 남색 니트의 어깨 즈음에 주황빛이 살포시 내려앉고, 공기 중에는 쨍한 해 대신 따스한 산들바람만 남은 부드러운 햇빛으로 가득했다. 거리의 잎들에는 푸른 초록빛 대신, 흰색과 옅은 안개 속에 퍼진 은은한 붉음이 반짝이고 있었다. 나는 어쩌면 그 마지막 남은 질문이 곧 풀릴 것 같은 그런 설레임으로 가슴이 부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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